전 세계 규제 당국과 암호화폐 개발자들 사이에 계속돼 온 술래잡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다음 달
사실상 즉시 효력이 생기는 규제 표준을 발표하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FATF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제 표준을 확립한다고 해서
암호화폐가 그대로 무릎을 꿇으리라 단정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다음 달에 FATF의 규제 표준이 시행되면 암호화폐 개발자들은 수탁
솔류션을 제공하지 않은 비수탁 거래소와 협력을 늘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FATF의 새로운 규제 표준은 모든 거래소와 수탁 업체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암호화폐 고객의 정보를 일일이 파악하고, 필요하면 이 정보를 규제 당국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FATF의 규정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있지는
않지만, FATF를 거슬렀다가 요주의 대상이 되고, 궁극적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가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 안에서 정상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유렵연합이 지난해 6월 제정하고 보완한 자금세탁방지 규정 AMLD5와
FATF의 새로운 규제 표준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거래되는 모든 암호화폐를
누가 어떻게 쓰는지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규정입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는 FATF의 규제 표준이 현실성이 없다며
문을 닫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속출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규제 당국으로서도
암호화폐 업계에서 일어나는 불법 행위를 감시하고 예방하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재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고 배제된 개발도상국의 시민
수십억 명에게 FATF의 규제 표준이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리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개인 지갑에 암호화폐를 직접 보유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FATF도 각국 규제 당국에 직접 자산을 보관하는
개인 지갑 소프트웨어까지 새로운 규제 표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비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국 핀센은 최근 일부 분산 애플리케이션은 미국 법상
송금사업자로 간주한다는 지침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결국 암호화폐 생태계는 이원화될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한쪽은 FATF의 규제를 따르는
대규모 암호화폐 거래서, 수탁 기관 중심의 경제 생태계, 다른 한쪽은 자산을 개인지갑에서
직접 관리하며 중앙화된 거래소나 수탁기관을 거치지 않고 P2P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꾸리는 경제 생태계입니다.
현재 대부분 암호화폐 거래소는 수탁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데,
수탁 솔루션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가는 것도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결국 해결책은 탈중앙화 거래소입니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고객이 직접 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산을 전송하는 과정은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아도 아토믹스왑
같은 기술을 통해 안전하고 매끄럽게 이뤄집니다.